농민의 아들 밀레, 화가들의 도시 파리로
‘프랑스 혁명’과 함께한 ‘밀레 가족’
밀레의 어머니가 태어난 1년 후 ‘프랑스 혁명(1789년)’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2년 후 밀레의 아버지가 태어납니다.
밀레가 태어난 1814년은 전 유럽을 호령했던 ‘황제 나폴레옹‘이 모든 권좌에서 물러나 조그만 섬으로 유배를 떠난 해입니다. 그리고 전 유럽이 혁명으로 격변하던 1848년, 밀레는 당시 상황을 반영한 ‘농민 그림’으로 그토록 바라던 성공을 이룹니다.
유럽 역사를 이야기 할 때, 꼭 거론되는 ‘프랑스 혁명’의 순간들을 ‘밀레 가족’이 함께 했습니다.
오랜 기간 많은 사건이 벌어진 ‘프랑스 혁명’
‘프랑스 혁명’은 내용의 복잡성 때문에 세부적인 사건들의 구체적인 시기 · 원인 · 결과들이 뒤섞여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789년 시민들이 프랑스 국왕의 권한을 박탈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근 한 세기 동안 혁명 세력과 그 반대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며, 크고 작은 혁명 · 쿠데타 · 전쟁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국가 행정은 공화정 · 제정 · 왕정을 오가는 혼란을 겪은 후, 1870년 이후로 공화정을 유지합니다.
시기의 혼동을 줄이는 방법으로 아래와 같이 구분해서 부르기도 합니다.
다시 ‘국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된 프랑스
1814년 ‘밀레’가 태어납니다. ‘프랑스 혁명 (1789년)’이 일어나고 2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사회의 격변은 여전했습니다.
- 3월 31일 : 반프랑스 연합군이 파리를 점령합니다.
- 4월 6일 : ‘나폴레옹’이 황제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루이 18세’가 국왕에 오릅니다.
- 4월 16일 : 나폴레옹은 엘바 섬으로 유배를 떠납니다.
국왕에 오른 ‘루이 18세’는 대혁명 기간 단두대에서 참수당한 ‘루이 16세’의 한 살 아래 동생입니다. 혁명으로 몰아냈던 ‘부르봉 왕가’가 복귀하자 공화정을 지지했던 이들은 참담했고, 살아남은 귀족들은 환호했습니다.
프랑스는 한동안 혁명과 나폴레옹의 기억을 지우고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시기를 보냅니다. 거리에 세워졌던 나폴레옹의 동상들은 철거되고 대혁명 기간 동안 파괴된 왕들의 동상들이 복원됩니다. (1818년 – 앙리 4세, 1822년 – 루이 13세, 1829년 – 루이 14세)
농촌에서 자란 어린 밀레
밀레는 파리에서 한참 떨어진 북부 해안가 농촌 마을 그뤼시 Gruchy에서 ‘국왕의 백성’으로 어린 날을 보냈습니다.
제법 큰 규모의 농장을 운영한 ‘밀레 가족’
가족농장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성장했지만 [ 이삭줍기, 1857 ]에 그려진 가난한 농민은 아닙니다. 농부들을 고용해 운영하는 제법 큰 규모의 농장에서 아버지의 일을 배우는 아들이었습니다.
글 모르는 무지한 농민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어머니의 가문은 대혁명 전까지 지방의 영주였고, 아버지도 신부와 농학자들을 배출한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밀레는 가톨릭 사제였던 삼촌의 도움으로 라틴어를 배우고 근대 문학작품들을 접하며 교양을 쌓아갑니다.
7월 혁명 : 왕을 몰아내고 ‘입헌군주국’으로
그 사이 파리에선 ‘7월 혁명 (1830년)’이 일어납니다. ‘부르봉 왕가’의 전제군주제가 무너지고 시민들이 선거로 왕을 세우며 입헌군주제가 들어섭니다.
이 시기를 기념한 그림이 들라크루아의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1830 ]입니다.
하지만 투표권은 1% 미만의 국민에게만 있었습니다. 밀레의 아버지는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했기를 바라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화가들의 도시 파리
19살(1833년)의 밀레는 그림을 배우기 위해 인근 항구도시 셰르부르 쉘브르 Cherbourg-Octeville로 떠납니다. 그리고 밀레의 재능을 알아본 현지 미술 애호가의 도움으로 파리 유학을 준비합니다.
시 장학생으로 파리 유학을
셰르부르 시의회가 지원하는 장학생으로 선발된 밀레는 1837년 파리의 예술 명문 에콜 데 보자르 École des Beaux-Arts, 국립미술학교에 입학합니다. 파리에 도착한 밀레는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관심은 학교 수업보다 ‘루브르 박물관’에 걸려있는 거장들의 그림에 집중됩니다.
밀레가 만난 ‘루브르 빅물관’의 거장들
과거 오랫동안 평민들이 그림을 보는 일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명화들은 왕궁이나 귀족의 저택에 걸려 있었고 초대받은 소수만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혁명은 소수가 누리던 것들을 다수가 누릴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왕족이라는 소수에게 헌신하던 ‘루브르 궁전’은 → ‘루브르 박물관’이 되어 (1793년 8월 10일) 다수가 사랑하는 장소가 됩니다.
처음 ‘루브르 미술관’에 들어서던 날 밀레의 가슴은 ‘벅참’ 그 자체였을 겁니다. 농민의 아들 밀레는 왕들이 감상하던 거장들의 작품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연구했습니다. 소묘의 중요성을 강조한 푸생의 작품에 관심을 기울였고, 프랑스 가정의 일상을 애정 있게 표현한 샤르댕과 농부들의 삶을 그린 르 냉 형제를 접하게 됩니다.
화가 밀레의 도전 & 실패
화가 지망생의 꿈, ‘로마상’
‘화가들의 도시’ 파리는 밀레처럼 성공을 꿈꾸는 화가 지망생들로 넘쳐 났습니다. 치열한 경쟁의 정점에 ‘로마상 Prix de Rome’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로 수상자는 3~5년간 로마에 체류하며 공부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루브르 박물관’에 그림이 걸려있는 거장들도 학창 시절 몇 차례의 도전 끝에 수상자가 되거나, 좌절하고 포기하던 대회였습니다.
밀레는 1839년에 도전했지만 낙선합니다.
그리고 12월 셰르부르 시가 지원하던 장학금도 종료됩니다. 밀레는 그림을 배우는 학생에서 그림을 평가받는 무명의 화가가 됩니다.
셰르부르의 초상화가 밀레
당시 무명을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통로는 ‘살롱전 Salon de Paris’ 입니다.
밀레는 몇 차례 낙선 끝에, 1840년 응모한 2점의 초상화 중 1점이 입선합니다. 작가로서 등단에 성공한 밀레는 셰르부르로 돌아가 초상화 전문 화실을 개업합니다.
황제 나폴레옹은 영국 정복을 목적으로 셰르부르를 주요 군사 항구로 개발합니다. 1811년에는 직접 방문하며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항구의 개발은 나폴레옹이 실각하며 잠시 주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셰르부르를 북부의 주요 항구 도시로 꾸준히 개발합니다.
셰르부르는 큰 항구 도시로 성장했지만, 중산층들도 자신들의 초상화를 주문하던 파리처럼 그림의 수요가 많은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파리 유학생 밀레는 살롱전 입선의 경력을 발판 삼아 셰르부르 사교계에서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습니다.
더 큰 성공을 위해, 다시 파리로 떠나는 밀레
파리 사교계에서 유명 인사가 되는 것은 화가들의 꿈이었습니다. 밀레는 파리로 거쳐를 옮기고(1842년) ‘살롱’에 그림을 출품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실망한 밀레는 다시 셰르부르로 돌아갑니다. 이후 상경과 낙향을 반복하며 다양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간판을 제작하기도 했고, 신화를 소재로 에로틱한 그림과 여성 누드화도 많이 그립니다.
그렇다고 푼돈을 벌기위해 싸구려 그림을 그리는 삼류 화가는 아니었습니다. 밀레는 전문 화상들과 거래했고 수입도 계속 있었습니다. 살림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이유는, 많은 화가들이 그랬던것 처럼 서툰 자산관리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밀레의 성공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 성공을 안겨준 그림 [ 키질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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